날씨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괜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 있다.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평소와 다르고, 해가 지는 속도도 미묘하게 빨라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 마음속 무언가도 바뀌기 시작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달라지는 이유는 단지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계절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고,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정하게 된다.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듯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봄에는 괜히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새 옷을 사고 싶고,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서점에 들러 새로운 책을 고르게 된다. 봄은 '변화의 계절'이고, 그 변화는 단지 자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시작된다.
반대로 여름은 뜨겁고 강렬하다. 쏟아지는 햇빛과 높은 습도 속에서 우리는 조금 지치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름은 우리가 가장 바깥세상과 가까워지는 시기다. 휴가, 여행, 물놀이, 야외활동이 많아지고,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난다. 그래서 여름은 때론 들뜨고 때론 피곤한, 감정의 널뛰기가 있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공기가 얇아지고 하늘은 높아진다. 가을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거리에는 낙엽이 지고, 뭔가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마음에 파고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을에 글을 쓰고, 추억을 떠올리며, 조용한 음악을 듣는다. 가을은 정리의 계절이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그리고 겨울. 겨울은 멈춤의 계절이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눈이 내리면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밖은 춥고,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지는 계절. 그래서 겨울에는 마음도 내면으로 향한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 관계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이불 속 온기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은, '쉼'이라는 이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계절은 이렇게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고, 삶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어떤 계절에 무엇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계절을 민감하게 느낄수록 감정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그만큼 삶이 섬세해진다. 우리는 계절 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계절 속에서 사랑을 하고, 계절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발견한다.
그래서 때때로 계절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지금 너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고. 그 물음에 답하려면 잠시 멈춰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 옷깃에 닿는 바람의 냄새를 맡는 감각, 계절의 온도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계절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결국, 계절이 바뀐다는 건 우리 삶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는 신호다. 그 변화를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다. 조금 더 감각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그 계절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 나를 맡겨보는 것. 그것이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